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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리뷰/북리뷰

[책 추천- 서찰을 전하는 아이] 세상을 구할 서찰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모험

by 파키라트리 2024. 12. 2.

서찰을 전하는 아이
서찰을 전하는 아이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한 어린아이가 중요한 서찰을 전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을 구할 만큼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다는 서찰은 어떤 내용일지, 그 서찰은 누구에게 닿아야 하는 것인지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궁금하게 만들고, 아이는 여행길 위에서 전쟁의 위험과 참혹한 현실들을 마주하며, 서찰로 인해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하기를 꿈꿉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과정 속에 소년만화와 같은 낭만이 섞여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상을 구하는 미션

 
마왕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하라, 소년만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말입니다. 세상을 구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고, 그것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에서 서찰이 아이에게 그런 것이었습니다.

이 서찰에는 한 사람을 구하고, 때로는 세상을 구할 만큼 중요한 내용이 적혀 있다.

이야기는 아이가 웅덩이에 비춰진 자신을 바라보면서 시작합니다. 그 웅덩이는 산 중턱 커다란 바위에 한가운데에 있는, 거인의 배꼽과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내가 웅덩이 안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 정말 못생기고 볼품없는 남자아이가 나타났다. 머리카락은 정신없이 풀어 헤쳐져 있고, 눈은 움푹 파였으며,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는 땟물이 말라붙어 있었다.

아이는 스스로를 볼품 없는, 양반은 못 되는, 봇짐장수가 딱 맞는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어머니는 3년 전 돌아가셨고, 아이에게 인생이란 봇짐장수인 아버지를 따라 집도 없이 세상 곳곳을 다니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찰을 받고 아버지와 함께 수원에 도착한 날, 갑자기 아버지까지 객사해버리고 맙니다. 13살에 세상에 혼자 남겨진 아이, 조선 땅 어디에도 자신을 기다려주는 곳이 없는 신세. 이제 아이에게 남은 것은 아버지가 노스님에게서 받아온 서찰, 세상을 구할 만큼 중요한 내용이 있는 그 서찰을 전라도에 있는 누군가에게 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션을 위해 주어진 무기 - 노랫소리

 
마왕을 무찔러야 하는 사명이 생긴 용사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용사의 검입니다. 토르의 망치, 캡틴아메리카에게 방패가 있는 것처럼, 아이 역시 미션을 받는 그 날 웅덩이에서 무기를 받았습니다. 그건 바로 물이었습니다.

나는 두 손을 모아 얼굴이 들어 있는 물을 조심스럽게 퍼 올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물은 손바닥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고, 오므린 두 손 위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물에 담긴 얼굴도 손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손에 담겨 있는 물을 천천히 마셨다. 태어나서 그렇게 시원한 물을 마신 건 처음이었다. 막혔던 목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었다.

물이 어떻게 무기가 될 수 있나 물으신다면, 정확히는 물이 아니고요, 물이 뚫어준 아이의 소리였습니다. 아이는 원래도 장터에서 배운 타령을 불러 손님들을 모으곤 했습니다. 물을 마신 뒤, 아이의 노랫소리에는 놀랍게도 치유 기능이 추가됩니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어른들이 "네 노랫소리에 약이 들어있구나"라는 말을 들으며 처음엔 아이도 반신반의하지만, 여행길에서 만난 김 진사 어른, 다리 휜 사공, 기침하던 주막 아주머니에게 노래를 불러줄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들을 보며 점차 자신의 소리에 약이 있음을 믿게 됩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장면도 있는데요, 한 번은 아이가 절벽에서 떨어져 크게 다치게 됩니다. 다행히 스님이 구해줬지만 몇날며칠을 누워있을 수밖에 없게 됐는데, 마음이 급해진 아이는 누워있는 채로 노래를 부르며 자힐(자가치유)를 합니다. 순수하기도 하고 엉뚱해 보일 수도 있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는 장면입니다.
아이의 노랫소리에는 약이 들어있습니다. 그 약은 아픈 사람을 위로할뿐만 아니라, 김 진사 어른 댁 양반 아이와 봇짐장수 아들인 아이가 친구가 될 수 있게 만들고, 전쟁의 위험 속에서 배를 띄우지 않는 사공에게 좋은 세상을 꿈꾸며 배를 띄우게 만드는, 양반들의 것이라고만 생각되던 행복이란 단어를 아이가 말하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었습니다.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모험

 
소년 만화라면 모험이 빠질 수 없습니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주인공이 소원을 이루기 위해 드래곤볼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이요. 마찬가지로 《서찰을 전하는 아이》에서도 서찰에 담긴 내용을 점차 이해하는 과정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아이는 서찰을 전라도에 있는 누군가에게 전해야 한다는 것만 안채로 혼자 남겨집니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아버지께서 얘기하셨지만, 아이는 결국 서찰의 주인을 알기 위해 서찰을 읽어보는데요, 아뿔싸, 서찰의 내용은 한자였고, 아이는 한자를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서찰의 내용을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아이는 결국 서찰의 열 자 한자들을 두세 개씩 나눠서 어른들에게 묻기로 작정합니다. 첫 두 한자가 '呜呼'라면, 그 한자 그대로 외워서 그려내 보여주는 식이었습니다. 서찰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전라도를 향해 남쪽으로 내려가며, 동학농민운동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며 아이는 서찰의 의미와 목적을 깨닫게 됩니다. 
 

모험을 통한 성장

 
여느 소년 만화들 같이 《서찰을 전하는 아이》도 주인공의 성장이 중요한 테마입니다. 처음에는 웅덩이에 비친 자신을 보며, 스스로도 자신을 천하게 여기던 아이가 서찰의 의미를 깨닫고, 세상을 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모험을 하는 과정을 거치고 돌아왔을 때, 웃으면서 자신을 볼 수 있게 된 것처럼요.
 

“보부상의 아들인 네가 자랑스럽다.”
내가 말했다. 물속의 아이는 웃고 있었다. 나는 웅덩이 물을 다시 손에 담아 마셨다. 웅덩이 물은 여전히 시원했다.

 

마치며

 
책에는 다양한 타령이 등장합니다. 아이가 타령들을 부를 때마다 어른들이 소리에 약이 있다고 하는데, 가삿말들을 보면서 어떤 노래일지 많이 궁금하더라고요, 그 중에 하나, 춘천 샘밭 장타령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공유해봅니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